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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취업을 했을 때만 해도 이제 돈을 버니까 경제적으로 조금은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생 때와는 다르게 매달 월급이 들어오고, 경력이 쌓이면 월급도 오를 테니 직장생활을 오래 할수록 삶도 자연스럽게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임금체불도 겪었고, 메르스와 코로나도 지나왔다. 최근에는 병원 정책과 제도가 바뀌면서 내 소득에도 변화가 생겼다.
돌이켜보면 직장생활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1. 취업만 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질 줄 알았다
첫 직장을 구하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에는 취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제 매달 월급을 받으니 경제적으로도 조금은 여유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살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월세를 아끼려고 투룸에 친구들과 셋이 함께 살았다. 그렇게 생활비를 줄여도 월세와 생활비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일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점점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직장에 들어간 지 불과 3개월 만에 병원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결국 다른 병원으로 직장을 옮겼는데, 이번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메르스가 터졌다. 그로인해 병원은 휴업을 하고.
첫 직장생활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 생겼다.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직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내 삶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꼭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은 병원에서 체외충격파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체외충격파 실손보험 관련 기준이 달라지면서 환자 수가 줄었고, 인센티브를 받는 내 월급에도 변화가 생겼다.
10년 넘게 경력을 쌓고 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어도,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외부의 변화가 내 소득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10년 넘게 일했지만 여전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은 생긴다.
2. 돈을 가장 많이 벌었을 때, 몸은 가장 아팠다
20대의 나에게 직장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돈이었다.
물리치료실에서 기본급만 받으며 일했을 때는 월급에 만족하기 어려웠다. 더 많이 벌고 싶었고, 그래서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도수치료까지 시작했다.
환자를 더 많이 치료하면 그만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고, 실제로 수입도 늘었다.
그때는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권고사직도 겪었고, 더 많은 수입을 얻으려면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현실도 경험했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하면서 크게 느꼈던 것은 내 몸이 아프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눈을 다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몸이 아프니 도수치료를 할 수 없었고, 결국 일을 쉬어야 했다.
그때 내가 가진 기술이 있어도 내 몸이 그것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면 소득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
돌이켜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가장 많이 벌었던 시기에 내 몸은 가장 아팠다.
그렇다고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돈을 더 벌고 싶어서 열심히 일해봤고, 실제로 수입을 늘려보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높은 월급 하나만으로 직장을 판단하지 않게 된 것 같다.
돈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3. 이제는 좋은 직장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 싶다
어느새 경력은 10년을 훌쩍 넘었다.
20대에는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내 가치도 올라가고 직장생활도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인병원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현실은 조금 달랐다.
경력이 많다는 것이 항상 장점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적은 저년차 직원을 선호할 수도 있다.
내 몸도 20대와 같지는 않다.
수입을 더 늘리려고 하면 근무시간도 함께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까지 지금처럼 병원에서 일할 수 있을까?
그리고 10년, 20년 뒤에는 무엇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
예전 같았으면 아마 월급을 더 주는 병원을 찾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운동과 관련된 영역을 조금 더 넓혀보기 위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했고, 경제 공부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쓰고 있다.
당장 이것들이 새로운 직업이 되거나 큰 수입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더 좋은 직장 하나를 찾는 데만 내 미래를 걸고 싶지는 않다.
20대의 내가 좋은 직장을 선택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는 데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병원에서 쌓은 경험도 그중 하나이고, 새롭게 공부하는 것도, 자격증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아직 이것들이 앞으로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도 하나씩 해보면서 병원 밖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다.
어쩌면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직장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아마 월급을 더 주는 병원을 찾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운동과 관련된 영역을 넓혀보기 위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했고,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쓰고 있다.
당장 이것들이 새로운 직업이 되거나 큰 수입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내 삶을 얼마나 바꿔줄지도 모른다.
다만 20대의 내가 '더 좋은 직장을 선택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을 늘리는 것에 더 관심이 생겼다.
병원에서 보낸 10년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것과 앞으로 더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게 됐다.
그래서 지금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직장 하나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